한국의 통화 스와프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5월 16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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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힌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관련 한국의 통화 스와프 뉴스를 보고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447.38)보다 34.28포인트(1.40%) 오른 2481.66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99.41)보다 13.54포인트(1.69%) 상승한 812.95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90.5원)보다 12.5원 내린 1278.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2022.06.16. [email protected]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리면 환율이 16% 오를 수 있다며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재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미국의 통화긴축 강화와 한국의 대응'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모형 충격반응함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 연준이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시장 예측치인 3.75%까지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충격 첫해 연간 0.7% 하락하고 환율은 최대 16%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 연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추가로 2.0%포인트 인상한 3.75%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올해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약 8.4%다.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심화돼 현재 시장 참가자들의 예상보다 가파른 금리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4.5%포인트 인상한 6.25%까지 올리고 경제주체들의 시장 불안이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GDP는 1.2%까지 하락하고, 환율은 최대 24%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과거 환율상승기 외국인 자본 유출입 규모를 비교해 본 결과 환율이 2년 이내 15%를 초과한 경우 누적 외국인 자본유입 규모가 평균 유입액 대비 약 360억∼420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률이 10% 미만인 경우 외국인 자본유입액 감소 규모는 110억 달러 수준으로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의 외국인 자본유출입은 2월 이후 주식투자자금이 순유출을 기록했으나 채권투자자금 및 차입금은 순유입을 유지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된 점이 외화유동성 위기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로 무역수지 적자기조가 고착화 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대외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자본유출을 유발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종료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외환시장과 외화자금시장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경우 채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확충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유사시 신속하고 원활한 긴급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재개할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때마다 외화 썰물 한국, 한미 통화스와프로 막아야”[인사이드&인사이트]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금융학회장)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 개최와 함께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한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유독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원자재 값이 급등하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치솟는 물가에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가 퍼지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특히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며(원화 가치는 하락) 한미 통화스와프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환율은 무역을 버팀목으로 삼는 한국 경제에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금융시장은 왜 이렇게 변동성이 큰 것일까. 한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볼 때 세계 10위이며 1인당 GDP도 3만5000달러를 넘어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한국 금융시장은 외부 충격에 매우 민감하며 변동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이와 같은 특성을 갖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다. GDP 대비 무역액 비중이 시기에 따라 60%에서 110%를 오간다. 이웃 국가 일본은 20%에서 30% 정도여서 한국보다 무역 의존도가 매우 낮다. 한국이 무역 의존도가 커진 이유는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1960년대부터 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하자원과 자본재가 부족해 수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입해야만 했다. 따라서 수출을 늘릴수록 수출품 원료가 되는 자원, 자본재 수입도 늘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고, 결국 무역 한국의 통화 스와프 의존도가 커진 것이다.

둘째, 한국은 금융 위기의 경험을 갖고 있는 국가다.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한국은 큰 고통을 겪은 바 있다. 금융 위기의 경험을 갖고 있는 국가에서 글로벌 투자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항상 예의주시하며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을 언제든지 금융 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는 국가라고 보는 까닭이다.

셋째, 자본시장이 여타 국가에 비해 크게 개방돼 있다. 국제자본이 들어오거나 나갈 때 규제가 거의 없는 편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한국 주식시장을 현금인출기처럼 이용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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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한국은 시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잘 쌓아두려고 노력했다. 특히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액 고갈로 필수불가결한 의약품 등을 수입도 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을 경험했다. 그 후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외환보유액 확충만이 외환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더욱 매진해 왔다.

한국 외환보유액은 현재 461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세계 8위다. 중국(3조2000억 달러)과 일본(1조4000억 달러)에 비해서는 작지만 그 나름으로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수치가 외환위기를 방지하는 데 충분한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예전에 비해 큰 규모인 26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었지만 외환시장의 불안은 막을 수 없었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2008년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움직이는 일별 외환의 규모도 매우 커졌기 때문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외환보유액을 무작정 늘리는 것도 비용 측면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외환보유액의 많은 부분이 미국 국채인데, 미국 국채 금리는 매우 낮아서 다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생기기 때문이다.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통화스와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은 통화스와프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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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와프란 한 국가의 요청에 따라 두 국가의 통화를 교환하고, 계약기간에는 이자를 교환하며, 만기 시점에는 처음 원금을 교환했을 때 적용했던 환율로 다시 원금을 교환하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위기 때 원화를 미국에 맡기고 그만큼의 달러를 빌려오는 방식이다.

한국은 미국과 2008년 300억 달러, 2020년 6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금융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를 넘겼으나 통화스와프 협약은 작년 말 종료됐다.

한국은 한미 통화스와프로 외환시장의 안정을 가져온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당시 국내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해 어떠한 방법도 잘 통하지 않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 미국 달러화는 국제적으로 무역이나 투자에 사용되는 기축통화이지만 한국 원화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에 한국 정부가 위급할 때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원화와 교환해 사용하면 금융 거래에 도움이 되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위기가 발생했지만 정작 더 큰 충격을 한국의 통화 스와프 받은 것은 한국의 외환시장이었다. 2008년 초 900원 중반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같은 해 10월 29일 1427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다 한미 통화스와프 300억 달러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만에 177원 급락해 1250원으로 내려와 시장을 안정시켰다.

그 후 얼마간 외환시장이 출렁거리기도 했지만 중기적으로는 안정을 되찾았다. 한미 통화스와프로 추가 공급된 300억 달러 외환 자체보다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라는 상징성이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 더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서 한시적 통화스와프가 아닌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맺는 경우 협정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외환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에 상설 통화스와프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 국가는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일부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에 예외적으로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게 해 달라고 요청하려면 정치적으로 큰 보상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 외환시장이 다른 신흥 국가에 비해서 지나치게 불안한 건 아니어서 한시적 통화스와프 체결도 쉽지는 않다. 현재 상황에서는 먼저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복원하려 노력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통화 스와프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1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하고 미국하고는 굉장히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한미 통화스와프를 맺었는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한미 관계가 나쁘니까 이게 종료된 거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와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지지하는 미국 측의 논거를 살펴보면 의구심도 제기된다. 게다가 각 정부의 임기에 체결된 통화스와프는 모두 그 정부 임기 내에 끝났기 때문에 특정 정부 시점의 한미 간 관계가 통화스와프 체결 또는 만료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도 거리감이 존재한다.

"모기지 채권 상환 나설라" 2008년 금융위기 때 달러 공급한 연준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건물.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2008년은 소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시점이다. 당시 미국은 부동산 채권 부실화가 원인이 된 일명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아 금융시장의 신용이 일시에 경색된 상태였고, 전 세계의 달러 부족 사태까지 불렀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중앙은행 통화스와프 추적' 보고서가 인용한 2008년 10월 29일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포함한 개도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결정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회의록을 보면, 연준은 한국이 달러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인 정부 보증 모기지 채권을 대거 상환 시도할 것을 우려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연준 이사진은 당시 "다른 나라 은행이 달러화 부족으로 인해 (미국 국책 모기지기업인)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이 발행한 채권을 상환할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대거 상환에 나서면 미국 경기 회복도 어려워진다"고 짚었다.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 등은 이런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신흥시장(EM) 국가로 한국, 브라질, 싱가포르, 멕시코 등을 지목했다. 한국은행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외환보유액 가운데 약 380억 달러어치를 두 회사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밝혔다.

당시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 규모는 300억 달러였고 한국은행은 총 163억5,000만 달러를 활용해 시장에 달러를 공급했다. 이 스와프는 금융위기가 완화됐다고 연준이 판단한 후 2010년 2월, 다른 나라들과 동시에 기간 만료로 종료됐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 관계가 좋아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것도, 나빠져서 만료된 것도 아니었던 셈이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에 2008년처럼 스와프망 개설한 연준

지난 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거래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달러 수요가 폭증해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2020년 3월에도 연준은 2008년과 사실상 동일한 논리로 달러 스와프망 확대에 나섰다. 연준이 통화스와프를 확대한 국가의 중앙은행들도 2008년과 동일했다.

당시 한은과 연준 사이 계약을 체결한 한미 통화스와프의 규모는 600억 달러였고 한국은행은 총 198억7,200만 달러를 활용해 시장에 공급했다. 이 스와프는 국제적인 코로나19 확산세 완화와 경제활동 및 교역 재개 등으로 영향이 미미해진 2021년 12월까지 유지했고, 역시 다른 나라들과 동시에 기간 만료와 함께 종료됐다. 결국 이는 2008년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관계가 좋아서 체결한 것도 아니고 나빠져서 만료된 것도 아니었다.

2008년이나 2020년처럼 국제 금융위기로 달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이 되면 향후에도 한미 통화스와프가 재개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 현 정부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통화스와프 자체가 의제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유로는 "미국 중앙은행(연준)은 순수하게 경제적인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경제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고 '스와프'라는 용어를 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경제기초)이 탄탄한데도 그 단어를 쓰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옐런 방한에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 기대도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니터에 이날 거래된 원·달러 환율 마감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2원 내린 1,306.9원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한편 현재 한국은행과 정치권은 15∼16일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옐런 장관과의 만남에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특위 위원장인 김태년 의원도 "시급히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장기적 측면에서 환율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① '통화스와프' 체결로 환율 안전판 만들고 '긴축 쇼크' 대비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다음 달 방한은 윤석열 정부의 향후 5년은 물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거대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간에는 인플레이션 이슈와 연계된 통화 스와프 체결 외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과 같은 통상, 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산업과 관련한 공급망 이슈 등 논의할 의제가 산더미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에너지 수급 문제 해결, 탈탄소 드라이브의 속도 조절과 연계된 원자력발전 협력 등도 다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한미 동맹을 명실상부한 경제·과학·기술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할 기회로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8일 한국의 통화 스와프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얻어내야 할 성과로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을 첫손에 꼽고 있다. 대내외 악재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만 한 게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미 통화 스와프는 우리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 차례 연장됐던 한미 통화 스와프는 지난해 말 종료된 상태다.

미국이 다음 달부터 공격적인 통화 긴축 행보를 예고한 상황에서 한미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이 체결되면 미국발 금리 인상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나라 중 힘 있는 나라는 사실상 중국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은 필수”라며 “철강 수출 쿼터 확대를 위한 무역확장법 232조와 같은 한국의 통화 스와프 각종 통상 이슈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얻어낼 부분이 크지 않은 만큼 통화 스와프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한미 통화 스와프를 상설화할 수 있다면 금리·물가 정책에서도 한결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 스와프는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특히 최근 한미 관계가 다시 좋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맞춰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시도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른바 대(對)중국 포위망으로 알려진 IPEF 또한 바이든 대통령 방한과 관련한 주요 이슈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에 따르면 미국 측은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회복력 △청정에너지·탈탄소화·인프라 △조세·반부패 등 4개 분야를 IPEF의 핵심 의제로 설정했다. 미국 측은 국무부가 아닌 상무부가 IPEF를 주도하도록 해 일종의 ‘경제 협약’ 형태로 IPEF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속내는 ‘중국 견제’이지만 주요국들이 중국을 의식해 IPEF 가입을 망설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는 IPEF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 때문에 IPEF 관련 의제에 국내 산업계의 의견이 포함될 수 있도록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민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IPEF와 관련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더라도 협의체 구성과 같은 최소한의 공감대는 만들어야 한다”며 “IPEF에 한국 측의 이해를 반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해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 현황을 보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공고화해야 하지만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형태의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강 업계는 분기 쿼터 유연화, 품목 예외 수출 물량의 연간 쿼터 미차감 등을 원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 관련 우방국과의 원자재 분야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와 남미 광산을 사들이며 원자재 공급망을 장악하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 자국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 정부는 반도체 관련 분야에 5년간 520억 달러(약 62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한국 등 외국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에 약 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지만 정작 지원에서 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재계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한국 기업 견제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민간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가르마를 제대로 타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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